3월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안녕하세요
정만입니다. 지난주 부로 우시사는 끝이 났지만 어시사는 계속되기에 이렇게 또 시를 골라 편지를 써봅니다. 지난 한주간도 잘보내셨나요? 3월이 지나가고 있어 마음이 뒤숭숭한 건 저뿐만이 아닐 거라 생각하며 시를 골라봤습니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_한강, 「파란 돌」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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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왜 사시나요? 아니 시비를 걸려는 게 아니라 가끔 생각해 보지 않습니까? ‘나는 왜 살고 있지 무엇을 위해 살고있지?’ 하고요. 일단 저는 자주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 시를 항상 꺼내 듭니다.
항상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거창하게만 생각해 왔습니다.
내가 살아가는 데는 뭔가 더 거창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매일매일 똑같은 나날들을 반복하며 먹고 자고 싸고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굳이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고 ‘그냥 태어난 김에 사는 거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나도 그런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할때마다 인생이 귀찮아졌습니다. 내가 사는데 거창한 이유가 없는데 내가 굳이 살아야 하나 싶구요.
근데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사소한 것들이 제게 살 이유를 알려줍니다.
‘아 그래 작년에 벚꽃 구경갔던 거기 참 이뻤는데.’, ‘할머니집 앞에 칼국수 맛집가야하는데.’
이렇게 하나둘 사소한 이유들로 채워가다보면 어느새 그런 고민들은 머리속에 제쳐둔지 오래고 우리집 앞 버블티 가게에 가서 하동녹차오레오 버블티를 한잔 들이켜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사소한 것을 잊지 못하고 추억하며 또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3월이 이제 지나고 있습니다. 그간 세우셨던 목표를 이루셨는지 궁금합니다. 이루지 못 하였어도 괜찮습니다. 우리에겐 2025년까지 많은 날들이 남았으니까요. 제게 3월은 유독 도전을 많이 하게 만드는 달인 것 같습니다. 특히나 학생분들에게 3월은 새 학기의 시작으로 더 의미가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3월은 항상 해가 진짜로 시작된 것 같은 불안감을 주기도하죠. 도전을 할때마다 실패도 같이하며 ‘ 나 왜 살지?’ 라는 생각을 유독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시집은 3월에 제일 많이 꺼내보게 되더라고요. 이 시가 조금이나마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신 분들께 위로가 되었길 바랍니다.
저는 우리 할머니집 앞의 칼국수집은 아직 건재할지 생각해보며 다시 그 칼국수를 할머니와 먹을 날을 기다리며 또 다음달도 살아가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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