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아는 눈물
안녕하세요. 또 뵙습니다. ㅂㅇ입니다.
저한테 필력이 늘었냐고 물으신다면.. 아니요.. 전혀 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글솜씨 없이 다시 찾아왔네요. 지나가는 누군가를 붙잡을 필력은 아니지만 오늘도 어시사를 써봅니다. 이번 어시사도 가볍게, 즐겁게 또는 조금 공감하며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벌써 봄이더군요. 그간 어떻게들 지내셨는지요. 전 여느 공시생처럼 알바도 하고, 공부도 하며 지냈습니다. 여기서만 털어놓는 건데 사실 며칠 전 날이 좋아서 독서실을 땡땡이쳤습니다. 다들 비밀로 해주세요. 하지만 누구든지 그날은 밖을 거닐고 싶으셨을 겁니다. 제 탓이 아니에요. 날씨가 너무 좋았는걸요.
봄입니다. 봄 하면 사랑이죠. 길만 나가면 커플들입니다. 동네 카페에서 어시 사를 작성하고 있는데 당장 제 앞에 커플만 셋입니다. 저들이 오래갔으면 좋겠지만 제 앞에서는 사라졌으면 좋겠네요. 이해 좀 해주세요. 부러워서 그렇습니다.. 저에겐 언제쯤 사랑이 찾아올까요?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 나가 사랑을 찾아보고 싶지만 일단 글을 써야 하니 시를 먼저 찾아보기로 합니다.
봄은 설렘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처음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새 학기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학교를 들어가고, 다시 한번 다음을 다 잡는 그런 계절이죠. 가장 격동의 계절인 것 같습니다. 전 그런 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요. 봄을 조금은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첫 시작이니까요. 어떨지 알 수 없는 것들 투성입니다. 서툶과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커져 갑니다. 그저 그런 겁쟁이, 찌질이 같은 생각을 하다가 문득 제 마음을 울리는 시를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보는 눈들 셀 수도 없는 곳에서
그렇게 사람 많은 거리에서
엉엉 울더라.
그치만 그건 영화였던 거야.
우리는 지독하게 혼자 남아 울어야하잖아.
_나선미, 「골방에 어른」 (『너를 모르는 너에게』)
마음속에 꽂히는 문장입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누군가의 앞에서 울어본 적이 많이 없는 것 같습니다. 괜히 지는 것 같아서, 남에게 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지 않아서의 이유로 저 역시 대부분을 혼자 울며 떠나보냈던 것 같습니다. 길거리에서 엉엉 우는 영화 속 인물에 공감을 해 혼자 방에서 운 적도 많고요. 참으로 웃기죠? 길에서 우는 사람을 보며 혼자 방에서 울고 있으니 말이에요. 그렇게 아무도 모르는, 나만 아는 눈물을 흘려보낸 게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모르는 그런 눈물을 말이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전 봄에 가장 많이 운 것 같네요. 보통 슬프거나, 힘들거나, 서러운 일들은 봄에 많이 찾아오더라고요. 어른일 때도 어른이 아닐 때도 말이죠.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이 계절에 참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서툰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혼난다거나, 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인간관계 때문의 이유로요. 서럽잖아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을 익숙하게 해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모든 일은 내 생각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것 역시 당연한 것이고, 처음 보는 사이가 금방 친해진다거나 자연스러운 이별을 겪는 것 역시 어려운 게 당연하니까요.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 투성입니다. 제 눈물은 마음이 울어 나는 눈물인가 봅니다. 전 그렇게 매일을 지내고, 또 성장합니다. 그렇게 점점 성장해 나갑니다. 더 이상 울지 않도록 말이에요.
여러분들은 설렘과 두려움의 계절을 잘 보내고 계시나요? 전 나름대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가끔 울고 싶을 때가 있고, 서러울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설렙니다. 진짜 봄입니다. 꽃샘추위가 꽤 사납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그럼 각자의 처음이 조금 덜 힘드시길 바라며,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ㅂㅇ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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