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참는 방법
안녕하세요. 정만입니다.
헤어짐은 언제나 두렵고 슬픕니다. 그게 꼭 연인 간의 헤어짐이나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항상 누군가를 떠나보내게 됩니다.
오늘 이 시가 저처럼 헤어짐이 두려우신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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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고 없는 찔레에 대해 쓰는 것보다 멀리 있는 그 숲에 대해 쓰는 편이 더 좋을 것입니다 고요 대신 말의 소란함으로 적막을 넓혀가고 있다는 그 숲 말입니다 우리가 오래전 나눈 말들은 버려지지 않고 지금도 그 숲의 깊은 곳으로 허정허정 걸어 들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쯤에는 그해 여름의 말들이 막 도착했을 것이고요 셋이 함께 장마를 보며 저는 비가 내리는 것이라 했고 그는 비가 날고 있는 것이라 했고 당신은 다만 슬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숲에 대해 쓸 것이므로 슬픔에 대해서는 쓰지 않을 것입니다 머지않아 겨울이 오면 그 숲에 '아침의 병듦이 낯설지 않다' ' 아이들은 손이 자주 베인다'라는 말도 도착할 것입니다 그 말들은 서로의 머리를 털어줄 것입니다 그러다 겨울의 답서처럼 다시 봄이 오고 '밥'이나 '우리'나 '엄마' 같은 몇 개의 다정한 말들이 숲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 먼 발길에 볕과 몇 개의 바람이 섞여 들었을 것이나 여전히 그 숲에는 아무도 없으므로 아무도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_박준, 「숲」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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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다시 필사해 적어 보며 떠나는 것과 남아있는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헤어짐은 언제나 두렵고 아무리 단련을 해보아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항상 곁에 있을 것 같던 존재가 내 곁을 떠난다는 것은 두려운 일입니다. 때로는 의도치 않았지만 내가 떠나게되기도 합니다.
그저 시간이 흘러서 환경이 바뀌어서 어쩔 수 없는 일들로 떠나보낸 관계들이 떠오릅니다. 이들은 내가 잡을 틈도 없이 어느새 사라져 예상하고 대비할 수 없다는 점이 나를 더 슬프게 합니다.
이 시를 읽고 어쩌면 사람들이 떠나가도 내 안에 숲이라는 개념은 항상 여전하지 않을까 희망도 품어봤습니다. 우리가 내뱉었던 말들 생각들 감정들은 여전히 숲에서 메아리치고 계절이 지나고 그들이 그리워질 때 슬그머니 다시 들려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힘겹고 무겁지만 뱉어내야 했던 고백들과 가볍고 상대방이 웃는 모습을 바라며 던졌던 가벼운 농담들까지 시간이 흘러 그들은 곁에 없을지 몰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찾아와줄 것이라 믿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두려움이 조금 가십니다. 그들도 나를 다양한 형태로 한 번씩 일상에서 기억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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