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사랑하세요
안녕하세요.
열아홉 어니스트입니다.
어니스트 분들은 쌀쌀해지는 날씨 속 강녕하신가요?
저는 강녕합니다.
고3. 수험생인 저는 감사하게도 최저도 면접도 없는 학교에 지원했기에
부모님께 따로 말씀을 드려
학우들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심을 낼 때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그 시간을
하나하나 되새겨 가며 저를 이해하는 데 애를 쓰고 있는데요.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저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이 조금 이상합니다.
저는 사랑을 하면 ‘모방’하는데요.
말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닮아 가는 겁니다.
행동과 가치관, 말투, 표정
이러한 사랑의 방식이 어쩌면 정말 변태 같다고 스스로 느끼면서
이 방법이 정말 맞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제 사랑은 병이라고 결론을 지었습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집 책장에 꽂혀있던 시집이 눈에 띄어
뽑아 들고 와 학교에서 내리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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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시들어 죽어가는 식물 앞에서 주책맞게도 배고파한 적
기차역에서 울어본 적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대수인가 싶었던 적
매일매일 햇살이 짧고 당신이 부족했던 적
이렇게 어디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자격을 떠올렸던 적
한 사람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던 적
나를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게 만들고
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조차 상실한 적
마침내 당신과 떠나간 그곳에 먼저 도착해있을
영원을 붙잡았던 적
이병률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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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사랑의 방식을 온전히 풀어낸 것만 같은 시를 마주한 감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찼습니다.
내심 나의 사랑이 누군가에게 지독한 병이였을까 하는 걱정이
마음 한켠에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 감정은 병이어서 조롱받는다 하더라도
그게 뭐 대수일까
나는 당신을 모방하고 열렬히 동의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좋아도 될까 싶어 숨기도 했지만
당당하게 당신을 닮아 가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의 방식이 무엇이든
아무도 그토록 사랑할 순 없을 겁니다.
사랑하세요.
자신의 병을 사랑하세요.
이토록 사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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